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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운영 철학 없는 메타버스 오래 못 간다”

김준호 동서울대 교수 인터뷰

메타버스는 코로나19 엔데믹과 생성형 AI 인기에 밀려 회의론이 꾸준하지만 다수의 글로벌 기업은 여전히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나 이동통신 3사 등 여러 기업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공공 메타버스를 선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메타버스 플랫폼이 대부분 ‘굳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써야 할 이유’를 이용자에게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메타버스에 접속해야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IT조선은 김준호 동서울대 교수 겸 메타캠프 기술고문을 만나 메타버스 산업 활성화 방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준호 교수는 교육 발전을 위해 메타버스 활용을 연구해 온 1세대 메타버스 전문가로 꼽힌다. 그가 고문을 맡은 메타캠프는 2021년부터 세계 최초 메타버스 공유대학 플랫폼 ‘메타버시티’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김준호 동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가 인터뷰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메타버스는 공간을 잇는 서비스"

김준호 교수는 메타버스를 ‘3D 공간을 연결하는 인터넷 서비스’라고 정의했다. 다양한 형태의 메타버스가 존재하는데, 여러 공간을 연결한다는 개념이 핵심이다. 그는 메타버스의 형태를 ▲디지털 트윈 영역의 메타버스 ▲컴퓨터로 만든 가상 세계 ▲기계와 연결된 메타버스 ▲현실세계 등 총 4종으로 분류했다.

디지털 트윈은 재해재난 시뮬레이션 등 현실세계를 가상으로 이식해 현실에서 직접 해보기 어려운 여러 상황을 미리 실험하고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컴퓨터로 만든 가상세계는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 등 보통 메타버스 하면 떠올리는 개념을 말한다. 기계와 연결된 메타버스는 사물인터넷(IoT) 같은 종류를 가리킨다. 데이터를 입력하면 실제 현실에 반영되는 식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현실도 메타버스의 일종이라는 점이다.

김준호 교수는 "현실을 메타버스가 아니라고 보고 분리한 메타버스는 그 의미가 퇴색한다"며 "메타버스는 데이터를 표현하는 형태만 달라질 뿐 각각의 공간이 서로 이어지는 개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타버스는 현실을 포함한 각 공간과 공간이 데이터로 연결되며 발전한다"며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이용자 정체성이 담긴 데이터 뭉치가 아바타 역할을 하면서 여러 공간을 오갈 수 있고 그 데이터의 소유권이 개인에 귀속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굳이’ 극복하려면 확고한 철학 필요

지금도 메타버스 플랫폼은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를 비롯해 SK텔레콤 ‘이프랜드’, KT ‘지니버스’, LG유플러스의 ‘유버스’, 롯데그룹 ‘칼리버스’, 서울시 ‘메타버스 서울’ 등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문제는 ‘굳이’다. 굳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 메타버스 산업의 한계로 꼽힌다.

네이버쇼핑이나 무신사, 쿠팡 같은 이커머스 앱 또는 홈페이지에서도 충분히 쇼핑할 수 있는데 이용자가 굳이 메타버스에 접속해서 사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이다. 온라인 정부 민원 같은 것도 서울시청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굳이 메타버스 서울을 이용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준호 교수는 필요와 수요에 의해 탄생한 메타버스가 아니면 이런 ‘굳이’ 문제가 발생한다고 봤다. 그는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을 기획할 때부터 메타버스에 관한 개념을 정립하고 목적에 맞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메타버스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공급하지 않으면 ‘굳이 이용할 이유’를 제공할 수 없어서다.

실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에 의하면 메타버스 수요자는 대부분 미성년자다. 국내 전 연령 통합 메타버스 이용률은 지난해 기준 4.2%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 4128가구 994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 결과다. 6~10세 미만 이용자의 이용률이 20.1%, 10~19세 미만 이용자의 이용률이 19.1%로 가장 높았다. 20대는 8.2%, 30대는 3.1%, 40대는 2.5%다.

19세 미만 미성년 이용자만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실제 수요에 맞추지 못한 서비스는 외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미성년자는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 제페토 같은 ‘재미’ 중심 메타버스를 선호한다. 실제로도 이 플랫폼들은 인기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메타버스를 이용하지 않던 사람이 메타버스를 이용하게 하려면 편의성이나 비용효율성 같은 이득을 제공할 확고한 운영 철학이 필요하다고 봤다. 보통 사람은 기존 방식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데다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적응하는 기간도 필요해서다. 이는 디지털 세계에 친숙해 ‘디지털 네이티브’로 분류되는 1020세대와 다른 점이다. 그는 디지털 네이티브는 그 윗세대와 디지털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지난해 메타버스 플랫폼 ‘데어’에서 외교부의 아동폭력 근절 관련 K팝 콘서트가 열렸을 때 사람들이 아바타를 스크린 바로 앞 자리에 앉혀놓고 실제 공연장 앞자리에 앉은 것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을 봤다"며 "아바타의 위치와 현실의 내 위치를 동일시하는 모습에서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디지털 세계에 친숙한 이들은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부터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타버스를 만들려는 이가 메타버스와 공간에 관한 개념을 정립하지 못했거나 메타버스 운영 철학이 확고하지 않으면 제주도에 관광하러 간 사람들에게 제주도 VR을 보여주고 경주 불국사에 가서 불국사 VR을 보게 하는 일이 발생한다"며 "내 몸에 닿는 것, 내 몸에 들어가는 것, 내 눈으로 보는 것처럼 현실과 밀접한 영역은 가상세계로 이식해 봐야 실제로 직접 보고 입고 먹는 것을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출처 : [인터뷰] “운영 철학 없는 메타버스 오래 못 간다” - IT조선 > 게임·라이프 > 메타버스·AI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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